〈 의미없음 : 흩어진 질문 〉은 의식과 무의식이 맞닿는 또 다른 경계에서 시작된다. 권기철은 한지와 먹, 그리고 시간으로 그 사이를 건넌다. 그는 먹통에 미세한 구멍을 내어 각도와 압력, 손의 속도를 바꾸며 번짐을 한 호흡에 실어 보내고, 전각에서 배운 단단한 선으로 그 흐름을 붙잡는다. 서예의 호흡, 음악과 문학의 리듬, 매일 꺼낸 선의 연습이 얇은 지층처럼 겹겹이 쌓인다. 이번 전시는 그중에서도 ‘선이 남긴 시간’에 집중한다. 밝고 또렷한 색은 결핍의 기억을 다른 빛으로 뒤집고, 추상은 과장 대신 몸의 속도를 남긴다. 이름에서 출발한 선은 어느새 리듬이 되고, 리듬은 침묵을 밝혀준다. 평면은 벽에 고정된 그림이 아니라 시간을 머금는 장치가 되어, 걸음의 속도와 시선의 머묾에 따라 다른 장면을 열리게 한다. 여러 여정을 지나 도착한 이 화면들 앞에서, 관객은 말보다 먼저 오는 호흡을 들을 수 있다. 2025 년 9 월 16 일–30 일, 남은 문장은 당신의 걸음으로 완성될 것이다.
우정임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