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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문장

김윤종 초대개인전
Kim Yun jong
Sep 9 — Sep 23, 2026 | Apsan
김윤종, 하늘보기

<푸른 문장>


하늘은 언제나 우리 위에 있다. 늘 그 자리에 있지만, 고개를 들어 바라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바쁘게 걸어가는 사이 하늘은 조용히 흘러가고, 그 위를 지나는 구름은 매 순간 다른 모양을 그린다. 산이 되었다가 성이 되고, 이내 양떼가 되어 몰려간다. 붙잡으려 하면 어느새 다른 문장으로 바뀌어 있다. 김윤종은 오래도록 그 하늘을 올려다본 사람이다. 그의 그림에서 하늘은 배경이 아니라 주인공이다. 넓은 하늘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그 아래로 땅과 바다가 나직이 펼쳐진다. 낮게 자리한 땅이 있어 하늘은 더욱 높고 넓어 보인다. 작가는 하늘을 그저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우러러본다. 멀리서, 조금 낮은 자리에서 올려다볼 때 익숙하던 하늘이 비로소 처음처럼 다가오기 때문이다. 한 편의 그림도 천천히 들여다보면 한 편의 글이 된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화면을 오래 바라볼 때, 우리는 작가가 어떤 마음으로 붓을 들었는지 조금씩 읽어낼 수 있다. 어린 시절 푸른 언덕 위에 누워 구름과 함께 두둥실 떠나던 상상의 여행을, 그는 오래도록 마음에 간직해 왔다. 성실한 붓질을 화가의 가장 큰 덕목으로 삼아 수십 년간 같은 하늘을 그리는 동안, 하늘은 그에게 가장 넓은 위로이자 자유의 다른 이름이 되었다. 화려하게 타오르기보다 고요히 번지는 그의 화면 앞에서, 우리는 오랫동안 잊고 지낸 자연의 숨결과 다시 마주하게 된다. 고개만 들면 늘 그 자리에 있지만, 정작 바라볼 겨를 없이 지나온 하늘. 이른 가을, 앞산 자락의 갤러리동원에서 김윤종 작가가 건네는 푸른 문장을 천천히 읽어보시길 권한다. 잠시 그림 앞에 멈춰 고개를 들면, 맑은 하늘 한 조각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것이다.


-우정임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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